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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국가보훈처

외국어, 왜 공부하시나요? [1910년 논설을 통해 반성하는 우리의 모습]

by 이세진 2010. 10. 20.


여전한 외국어 열풍입니다. 이제 돌풍이라고 말해야 맞는 말일까요?
영어는 기본에, 제2외국어 하나씩은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아마 '취업, 진학' 등이 아닐까 싶네요.

혹시 외국어 공부를 나라를 위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1910년 4월 10일 대한매일신보 논설
-출처 : 책 <1910년 오늘은> 192p~194p


어학계의 추세
최근 한국에 일어 어학의 풍조가 점점 높아져 일어학교는 별같이 벌여 있고 일어를 배우는 사람은 수풀같이 늘어만 간다. 이같이 일어학교가 많고 일어를 배우는 자가 많은 것을 문명을 수입코자 함인가, 국가를 발전시키고자 함인가. 물론 개중에는 정의를 세우고자 일어를 배우는 자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노예의 성질을 양성하는 학교요, 학생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 학교에서 양성하는 인재는 노예의 인재요, 그걸 배운 자가 행하는 일은 노예의 사업이니 슬프다.

동포들은 생각할지어다. 외국말을 배우는 것은 그 뜻이 어디 있는가. 외국 사람의 통역이나 하는 구구한 생활을 위하여 배우는가, 외국인에게 위세나 떨며 협잡이나 하여 먹을 심산으로 배우는가. 동포는 어학을 배우되 반드시 문명을 수입하고 국가를 발전시킬 뜻으로 배워야 한다.

동포가 어학을 배우는 참뜻이 이러할진대, 어찌 청나라 사람이 우리나라를 좌지우지할 때는 청국 말을 배우며, 러시아가 침략할 때는 러시아 말을 배우고, 일본 세력이 우리나라를 뒤덮을 때는 일어에 힘써서, 주막집 계집이 오가는 손님의 뜻을 맞추듯이 오늘 이 나라 사람이 오면 이 나라 말을 배우고, 내일 저 나라 사람이 오면 저 나라 말을 배워서 점점 노예의 배움에 취할 것인가. 이야말로 원통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이것이 실로 뜻이 있는 자의 통분하고 애석한 일이 아닌가. 이것이 실로 자주의 기개가 있고, 독립의 정신을 가진 자의 원통하고 수치스러운 일이 아닌가.

외국어를 전혀 배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문명을 수입하고 국가를 발전시킬 뜻을 정하고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한국 인사들은 혹 청국말도 배우고, 혹 영국말도 배우며, 혹 프랑스말도 배우고, 혹 독일말도 배우며, 혹 러시아말로 배워서 각국의 말을 모두 배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어학계의 소식을 들은즉, 일어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하는 자는 송사리처럼 많은 반면, 다른 각국 어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하는 자는 전혀 없어서 뜰에 풀이 무성할 지경이 되었다 하니 실로 애석하도다.




분명히 100년전 이야기인데, 2010년의 모습을 보는듯 합니다.
일본어 열풍이 오래토록 지속되었는데, 최근 G2 강대국으로 중국이 부각되자 중국어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외국어를 공부하는게 나쁘다는게 아닙니다. 그 목적이 자신의 성공을 위한 것이라는 점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나라 말을 공부할 때에는 조금이라도 우리나라, 내나라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큰 생각을 가지고 공부를 한다면 조금 더 멋지게 외국어 공부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외국어 학습자 입장에서, 100년전 쓰여진 칼럼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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