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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포트/EPL

박지성 위기? 박지성 부진? 그냥 캡틴박을 믿어보자 [박지성 2골]

by 이세진 2010. 11. 7.

▲ 스카이스포츠 메인을 장식한 박지성


맨체스터유나이티드 2-1 울버햄튼

득점 : 박지성 45분, 90분(이상 맨유), 이뱅크-블레이크 66분(이상 울버햄튼)


박지성이 일을냈다. 7일 오전(한국시간) 올드트레포드에서 펼쳐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울버햄튼 경기에서 맨유는 박지성의 멀티골으로 값진 승리를 거두었다. 시즌 첫골과 두번째골을 몰아넣는 괴력을 과시하며 울버햄튼전에서 맨유에게 승점3점을 안긴 것이다.

박지성의 두 골이 아니였다면 홈에서 울버햄튼에게 밀리는 경기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울버햄튼을 상대로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이며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맨유였지만, 맨유의 저력을 보여준 것은 다름아닌 대한민국 캡틴 박지성이였다.


박지성, 맨유 공격의 중심이 되었다
맨유는 울버햄튼전에서 승리를 챙겨야만 했지만, 3일 뒤 '맨체스터시티'와의 맨체스터더비가 있는 탓에 부담이 컸었다. 설상가상으로 주력선수들이 부상이탈하게 되면서 공격진 중 베테랑이라 할 만한 선수에는 박지성과 플레쳐 정도가 남아있을 뿐이였다. 특히 윙어자원에 있어서는 박지성이 거의 유일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번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나니도 부상, 발렌시아는 장기부상, 긱스도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맨유 No.1 공격수 웨인 루니는 12월에나 복귀가 가능해보이니 맨유의 공격진은 거의 붕괴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에르난데스(치차리토)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이제 막 맨유에 입단한 신입선수일 뿐이고, 하그리브스는 워낙 오랜기간을 부상으로 보냈기에 경기감각을 보장할 순 없었다. 결국 하그리브스는 경기 출전 5분만에 통증을 호소하며 베베와 교체되었다. 하그리브스와 교체된 베베는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예리하지 못한 크로스나 다소 아쉬운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오베르탕도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에 퍼거슨감독은 오베르탕과 박지성의 위치를 바꾸라 지시한다. 박지성이 국가대표에서 맡았던 '센트럴팍'의 롤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중앙에서 맨유의 공격진을 이끌게 된 박지성은 다른 어린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기도 하면서 맨유에서도 '캡틴'스러운 모습을 톡톡히 보여주었다. 결국 45분, 플레쳐의 멋진 스루패스를 받은 박지성이 선제골을 뽑아냈다. 오히려 울버햄튼에게 볼점유율을 빼앗기면서 제대로된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던 맨유에게 박지성의 선제골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골이였다.




▲ ESPNsoccernet 메인도 맨유의 '영웅' 박지성



맨유의 영웅이 된 박지성
맨유는 후반전에 조금은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는듯 했지만 베베, 오베르탕 등 젊은선수들이 아직 경기에 녹아들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국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교체투입된 이벵크 블레이크가 동점골을 뽑아낸 것이다. 잔뜩 주눅들은 플레이를 보여준 베베는 75분경 마케다와 다시 교체되기도 했다. 경기 90분이 되도록 1-1 균형은 깨지지 않았고, 무승부로 경기가 끝날듯 보였다.

그러나 추가 시간 4분,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93분, 박지성이 패널티박스 오른쪽부근에서 멋지게 드리블로 수비수를 농락하고 왼발로 강력하게 날린 슈팅은 울버햄튼의 오른쪽 골문 구석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이 멋진 골장면은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개인기량으로 골문앞까지 드리블한 뒤 골을 뽑아내는 모습이 머릿속을 스칠 정도로 대단히 멋졌다. 오늘 경기의 시작도 박지성이였고, 마침표도 박지성이였다. 맨유의 공격진을 이끄는 박지성의 모습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의 캡틴박을 보는 듯 했다.



박지성 위기? 박지성 부진? 그냥 캡틴박을 믿어보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라는 팀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팀들과 성적을 겨루는 클럽이다. 그만큼 많은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에 '로테이션'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뿐인데 박지성의 출장여부에 따라 일부 국내언론과 네티즌들은 '박지성의 위기다', '차라리 이적해라' 등의 말들을 쏟아낸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No.13 박지성, 벌써 맨유라는 클럽에 머무른지 5년째이다. 5년이라는 시간동안 맨유에 머무를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박지성의 가치와 능력을 입증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맨유와 같이 모든 대회 우승을 꿈꾸는 클럽에서, 클럽이 기대하는 만큼의 기량을 갖추지 못한 선수를 일부러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다.

오랜기간동안 박지성의 별명은 '산소탱크'였다. 엄청난 체력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줄 아는 그는 맨유라는 클럽에 꼭 필요한 만능재주꾼이였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박지성은 기존의 모습들과는 또다른 매력들을 발산하고 있는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을 이끌 수 있는 공격조율능력과 패싱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2경기동안 박지성의 패스성공률은 90%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였다.) 박지성은 맨유라는 클럽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그의 나이 서른. 축구 필드플레이어가 어느정도 나이까지 활약하는지를 생각한다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남았음을 직감할 수 있다. 나는 그가 끝까지 맨유에서 뛰든, 또다른 클럽에서 활약을 이어나가든 아낌없는 박수만을 쳐주고 싶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라면 무릎에 물이 차더라도 불평불만없이 지구 반바퀴를 날아오던 캡틴박. 최고의 선수들이 뛴다는 그 무대에서 여전히 맹활약을 펼치는 그가 자랑스럽고, 감동스럽고, 감사할 뿐이다. 아무쪼록 박지성 선수가 건강하고 멋지게 선수생활을 이어나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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