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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포트/한국국대,K-리그, AFC

인도축구, 감동적이였다

by 이세진 2011. 1. 19.
대회 우승을 목표로 하는 강팀을 상대로 최약체로 분류되는 팀이 맞대결을 하게 되었을때 최약체팀은 텐백, 즉 모든 선수가 수비에 가담하는 경우는 많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지난 월드컵에서 브라질·포르투갈·코트디부아르를 만난 북한이 그랬고, EPL에서 강등권 팀들이 아스날·맨유·첼시와 같은 팀을 상대할때, 프리메라리가에서 FC바르셀로나·레알마드리드를 상대할때 약팀들의 모습이 모두 그러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몇수는 낮아보이는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쓴다고 해서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전술적 선택일 뿐이기 때문이다. 단지 축구가 재미없어질 뿐이지.

18일 오후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1 카타르아시안컵 C조 조별예선에서 대한민국을 맞이한 인도가 그러한 상황이였지만 분명 그 속에는 감동이 있었다. 인도축구는 감동적이였다.


대한민국 4-1 인도
득점 : 지동원 5분, 23분, 구자철 9분, 손흥민 80분(이상 대한민국), 체트리 PK 11분(이상 인도)
2011 카타르 아시안컵 C조 조별예선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


인도의 수브라타 골키퍼 (Getty Images)


경기가 끝날때까지 대한민국을 긴장하게 만든 인도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미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경기의 양상은 불보듯 뻔했다. 대한민국이 베스트 일레븐 멤버로 출격했기 때문이다. 인도를 다득점으로 꺾고 조1위로 8강에 진출하겠다는 포석이였다. 게다가 인도는 이미 탈락이 확정된 상태. 실제로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대한민국은 경기를 지배했다. 마치 연습경기에서 패스 연습을 하듯 경기는 매우 압도적이였다. 경기 시작 5분만에 터진 지동원의 골과 아시안컵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구자철의 연속골로 대한민국은 경기 10분만에 2-0으로 앞서갔다.


인도 스트라이커 체트리 (Getty Images)


하지만 인도는 포기하지 않았다. 인도는 동점골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경기 11분 곽태휘선수가 무리하게 공중에서 상대선수를 누르는 파울을 범하면서 패널티킥을 내주고 말았다. 동점골 기회를 잡은 인도는 키커로 나선 체트리가 정성룡골키퍼에게 방향을 완전히 속이고 여유롭게 패널티킥을 성공했다. 이미 탈락한 팀이였지만 집중력이 넘치고 경기에 대한 열정도 대단해보였다. 인도 관중들의 끊임없는 환호소리도 경기결과에는 연연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였다.

경기 23분 지동원의 두번째 골이 터졌다. 경기는 3-1, 이미 승패는 결정되었지만 대한민국은 조1위를 위해서 2골이 더 필요한 상황이였고(같은시간 펼쳐진 경기에서 호주 1-0 바레인) 인도는 한국과 벌이는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은 의지가 강해보였다. 전력상으로는 큰 차이가 있는 두 팀이였고, 슈팅수에도 대한민국이 압도적인 차이를 벌여갔지만 인도는 엄청난 집념을 보이며 쉽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인도 골키퍼 수브라타 폴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는 185cm 큰 키와 호리호리한 몸매로 몸을 날리며 한국의 무자비 슈팅들을 막아냈다.

인도 축구영웅 바이충 부티아
(인도축구협회
www.the-aiff.com)


경기 77분 인도의 축구영웅 '바이충 부티아'가 투입되자 경기장이 떠나갈듯 환호성이 터져나온 것도 인상깊은 장면이였다. 한국에서 차범근(차붐), 박지성과 같은 선수가 대표적인 축구영웅이라면 그에 버금가는 인도의 축구영웅이 바로 바이충 부티아 선수라고 한다. 이 선수는 경기 전부터 한국 축구을 치켜세우기도 했고, 부상을 입긴 했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한국전에 뛴다면 영광일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아시안컵에서 부상으로 활약하지 못했던 노장 바이충이였지만, 한국전에는 후반 늦은 시간에 투입되어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재미있었던 점은 바이충 투입과 동시에 인도의 공격력이 순간적으로 크게 살아나며 대한민국의 골문을 위협했다는 점이였다. 인도의 눈물겨운 투혼이 있었지만 경기 80분에는 신예 손흥민의 A매치 데뷔골이 터지며 스코어는 4-1이 되었다.


바이충의 노장투혼 (Getty Images)


4-1이라는 스코어, 축구에서 완패를 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들은 전력상 몇 수는 우위에 있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엄청난 투지를 발휘했고 충분히 감동적이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미 탈락한 팀이였지만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 전날 B조 예선에서 일본을 상대하던 무기력한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차원이 다른 멋진 팀이였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약체 인도를 상대로 꽤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찾아온 골기회를 모두 살리지는 못하면서 호주와 골득실 1골 차이로 조2위 8강 진출에 만족해야했다.

어제 경기의 MVP는 대한민국 대표팀 구자철 선수였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인도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경기 90분동안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인도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집중력이 마치 감동의 다큐멘터리 영화 같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인도 대표팀 감독은 "한국전을 계기로 인도 축구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 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감동적이였던 어제의 경기만 놓고 본다면, 인도 감독의 경기 목표는 충분히 달성한 듯 싶다.

축구가 뭔지 아는 그들에게 멋진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머지않아 인도인 K-리거를 볼 날을 기대해봐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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