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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한글[윤디자인]

방송에서 빈번하게 들리는 거슬리는 녀석들 (2013년 방송언어 조사)

by 이세진 2014. 2. 5.

방송 언어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 삶 속 언어 생활을 가장 잘 표현하는 언어가 바로 '방송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방송언어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언어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시대상을 볼 수도 있습니다. 


방송 매체 속 언어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흔히 개그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유행어'는 문화의 흐름을 이끌기도 하며, 사람들의 언어습관을 바꿔놓을 정도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자랑하죠. 최근에는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한국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니, 방송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서 더 이상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모든 분들께서 공감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방송 속 언어가 늘 옳은 것만은 아닙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는 2013년 3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8개월간 공중파와 종편사를 포함한 8개 방송사의 드라마와 예능 33개 프로그램에 대해 '저속하거나 비규범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사례를 조사하고, 개선사항을 권고하였습니다.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언어를 잘못 사용하였는지 같이 살펴보도록 할까요?


 


[사진=KBS 1박 2일]




불필요한 외국어·외래어, 32%로 최다

2013년 3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8개월간 방송프로그램들에서 가장 큰 오류를 범하고 있는 부분은 32%를 차지한 '외국어·외래어' 였습니다. 불필요한 외국어·외래어를 남용한 사례로는 '셰프(요리사)', '미션(과제)', '투어(관광)', '컨트롤(조절)' 외 다수였는데요. 되도록이면 외국어·외래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방송 내용 상 외국어·외래어가 의미 전달이 잘 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無 관심’, ‘急 피곤’, ‘No 대두’ 등 우리말로 표현해도 되는 말들을 굳이 한자, 영어와 혼용하는 경우도 다수 지적되었습니다. 




국립국어원 공개한 방송 속 ‘저속하거나 비규범적인 언어 사용’에 대한 조사




26%를 차지하며 2위(?)를 차지한 '자막 표기 오류'의 사례로는 띄어쓰기나 맞춤법 오류가 다수를 차지했고, 불필요한 외국어·외래어 남용이나 문법에 어긋나는 표현을 사용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한편 '인격 모독 표현', '은어 및 통신어', '비속어' 역시 각각 10%, 11%, 9%를 차지하며 높은 비율을 보였는데요. 특히 ‘인격 모독 표현’이나 ‘비속어’ 대한 부적절 방송 언어의 사례로는 이 글에 다시 언급하기도 민망한 수준의 저급한 방송언어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방송 언어가 청소년들의 언어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나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이렇게 저급한 언어를 함부로 사용할 순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은어 및 통신어’의 사례로는 흔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표현들이 방송에서 빈번하게 사용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졌는데요. ‘재미’를 위해서 인터넷 커뮤니티 속 유행어를 쓴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이 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지 않는 이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쓰거나 얼굴을 붉힐만한 표현들은 자제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특정 사이트 사용자들이 즐겨 쓰는 비하 표현들의 경우 더더욱 방송 속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표현들이고요.


 


[사진=MBC 오로라 공주]



인기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 속 신중한 언어사용 필요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결과 중 하나였던 것은 <무한도전>, <1박2일>, <런닝맨>, <진짜사나이> 등 인기 예능프로그램들의 부적절한 언어사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유행하는 은어나 인터넷 용어를 사용하여 재미를 유발하려고 했던 점은 공감하지만, 불필요하게 부적절한 언어들이 남용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에서 지적된 부적절 방송언어 사례들을 살펴보면, 주로 출연자들이 사용한 부적절한 언어를 그대로 자막에 표기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적어도 방송화면에 나오는 자막에는 적절한 표현으로 바꾸어서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예능프로그램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고 따라 할 수 있는 만큼 더욱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예능프로그램 외에도 최근 화제가 되었던 인기 드라마에서도 방송에 부적합한 언어들이 다수 쓰였는데요. 독특한 점은 예능프로그램 속에서 ‘은어’나 ‘불필요한 외국어·외래어’ 사용이 자주 등장한 반면, 드라마 속에서 문제가 된 부적절한 방송언어는 ‘인격 모독 표현’이었습니다. ‘막장 드라마’가 욕을 먹으면서도 큰 인기를 누린다고는 하지만, 인격 모독 표현이 방송에 아무렇지 않게 노출되는 것이 지속된다면 우리 삶 속 언어 역시 척박하고 거칠어질 것입니다.


방송에 임하는 출연진이나 제작진이 ‘방송 언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올바른 방송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합니다.




※참고자료: 

2013년_방송언어_조사_자료.xlsx


-국립국어원 2013년 방송언어 조사 

ㅇ 조사 대상: 공중파와 종편사(8개 방송사)의 드라마와 예능(토크, 오락) 33개 프로그램
ㅇ 조사 내용: 저속하거나 비규범적인 언어 사용
ㅇ 조사 기관: 국어문화원(경북대, 상명대, 인하대)
ㅇ 조사 기간: 2013년 3월 ~ 10월(8개월간)
ㅇ 조사 결과 및 활용: 6,815건 조사 및 개선 권고

ㅇ 담당 연구원: 공공언어지원단 학예연구사 김형배





-글쓴이 : 윤디자인연구소/타이포그래피서울 기자 이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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