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이라면 누구나 기대할만한 더비경기가 몇가지 있다. 밀라노더비, 제노아더비, 북런던더비, 머지사이드더비, 맨체스터더비, K-리그엔 FC서울과 수원삼성의 맞대결까지…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더비전은 바로 프리메라리가의 '엘 클라시코'가 아닐까 싶다. "하늘 위에 별은 하나다!"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최고의 감독이 벌이는 이 경기의 치열함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최근 FC바르셀로나의 무시무시한 기세로 레알마드리드가 맥없이 스러지긴 했지만, 호날두·외질·사비 알론소 등 세계적인 선수들로 스쿼드를 무장한 레알마드리드가 이번 시즌 엘 클라시코에서 만큼은 호락호락 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실제로 스페인 내에 베팅업체에서는 두 팀의 승리배당률을 비슷하게 설정해두었고, 축구팬들도 쉽사리 승리팀을 점치지 못했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경기가 펼쳐졌다. 5-0. FC바르셀로나의 완승. 30일 오전 누 캄프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레알마드리드는 너무도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볼 점유율, 슈팅, 파울, 카드관리 등 모든 면에서 밀렸고 심지어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며 매너면에서도 완패를 했다.
FC바르셀로나 5-0 레알마드리드
득점 : 사비 9분, 페드로 17분, 비야 54분, 56분, 헤프렌 90분(이상 바르셀로나)
득점 : 사비 9분, 페드로 17분, 비야 54분, 56분, 헤프렌 90분(이상 바르셀로나)
엘 클라시코, 리오넬 메시와 호날두 (출처 : AP Photo)
메시의 FC바르셀로나? "NO!" 바르셀로나에 메시가 있을뿐
흔히들 말한다. '루니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호날두의 레알마드리드', '파브레가스의 아스날'과 같이 팀의 핵심플레이어가 팀의 승부를 결정짓는 다는 말이다. 물론 한 선수가 경기결과를 단정짓는 일은 최근 축구경기에서 흔치 않은 일이지만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은 종종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곤 한다.
리오넬 메시도 예외는 아니다. 'FC바르셀로나의 선수 메시'로 불리기 보다는 '리오넬 메시의 FC바르셀로나'라고 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엘 클라시코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메시의 바르셀로나'가 아닌 '바르셀로나의 일원 메시'의 모습이였다.
물론 메시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스쿼드의 무게감이 한층 더해지는 것은 맞지만, 리오넬 메시가 FC바르셀로나의 모든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바르셀로나 선수 중 한 명으로써 '팀 플레이'를 지향하는 모습이였던 것이다. 이번 엘 클라시코에서 메시는 결국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메시는 환상적인 2도움을 기록하며 엘 클라시코의 주인공이 되었다.
다비드 비야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적인 골게터 다비드 비야이지만, 비야에 의해 FC바르셀로나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팀 '바르셀로나' 속에 비야가 녹아들어있을 뿐이였다. 이것이 FC바르셀로나의 최대 강점이였다. 11명의 선수가 마치 한명의 선수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통에 레알마드리드는 단 한번의 만회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레알마드리드, 대체 뭐가 문제일까
레알마드리드는 이번시즌 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무링요감독 아래 세계적인 공격수 호날두가 있었고,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에서도 탄탄한 전력보강을 하면서 리그 1위를 지켜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로 인해 리그 선두자리도 내주게 되었고, 최고의 라이벌에게 최악의 패배를 당하는 치욕을 맛봐야 했다. 주전공격수 이과인과 공격을 조율해줄 수 있는 카카가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한 점이 상당히 아쉬운 점으로 남겠지만, FC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이렇다할 공격한번 해보지 못한 무기력한 모습은 뭐라 변명할 여지가 없어보였다.
오늘 경기에서 레알마드리드는 FC바르셀로나의 패싱게임에 휘말렸고, 사비·이니에스타·메시 등 최고의 패스마스터들의킬패스가 수비진이 와장창 무너지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카시야스가 몇차례 선방을 해냈지만 이것으로 5-0 패배를 막기엔 역부족이였다.
바르셀로나의 '레알마드리드 격파' 소식을 전하는 스페인언론 MARCA
오늘 레알마드리드의 문제점은 무엇이였을까. 원정경기와 엘 클라시코에서의 연패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였던 것일까. 이 경기 결과의 이유에 대해 "FC바르셀로나가 레알마드리드보다 너무 잘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바르셀로나가 말도안되는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무기력한 경기력도 문제였지만, 일찍이 선제골과 추가골을 내주며 불안감을 느낀 마드리드 선수들이 심리전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펩 과르디올라감독이 볼을 일찍 내주지 않는 모션을 취하자 호날두는 펩 감독을 밀치는 행동을 하며 옐로우 카드를 받았고, 세르히오 라모스는 무자비한 태클로 리오넬 메시를 걷어차며 레드카드를 받았다. 라모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국가대표팀 선배 푸욜과 사비를 밀치는 몰상식한 행동까지 보여주었다. 경기내용과는 별개로 무척이나 아쉬운 장면이였다. 결국 실력과 매너 모든 면에서 패배한 것을 인정한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레알마드리드, 침착함을 잃지 않으면 된다
결국 레알마드리드는 이 경기로 FC바르셀로나에게 라리가 선두자리를 내주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이 경기를 이겼다고 해서 승점을 10점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경기도 리그 경기 중 한 경기일 뿐, 승점 3점을 얻지 못했을 뿐이다. FC바르셀로나가 승격팀 에르쿨레스에게 격파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엘 클라시코의 참패를 잊고 차곡차곡 승점을 쌓아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다.
물론 엘 클라시코의 결과가 라리가 우승향방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아서 선수들이 심리에 큰 타격을 입을지도 모르겠다. 무링요감독이 할 일은 바로 이러한 곳에 있지 않을까 싶다. 다음 엘 클라시코는 내년 4월 중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리게 된다. 엘 클라시코 2차전은 어떠한 경기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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