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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및 일반

겨울이 좋은 이유. 그들의 발자국이 있기 때문에

by 이세진 2011. 1. 24.
작년 이맘쯤, 아니 벌써 재작년 12월 일입니다. 추운 겨울 어느 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느 고양이 한마리가 길목에 서있었습니다. 고양이에 대해 아는건 하나도 없고, 키워본적도 없고, 무서움반 호기심반으로 고양이랑 눈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 고양이녀석은 제게 다가와서 요리조리 제 주변을 맴돌더니, 제 신발에 비비적(?)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그 녀석과 저의 첫 만남입니다. 그 고양이는 바로 아래 사진에 나와있는 녀석이구요. 그러고보니 제 블로그엔 제가 아는 길고양이에 대해 소개한적이 없군요.




참 예뻤습니다. 저 눈동자 색깔을 라임색이라고 해야하나요? 암튼 무지 예쁘고 영리한 녀석이였습니다. 무지무지 예뻐서 아직도 제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도 지정되어 있답니다. (고양이 프로필사진 덕분에 전세계 고양이들이 팔로잉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 주인없는 길고양이였죠. 하지만 길고양이 치고는 인간들과의 친화력이 상상초월이였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경비아저씨 마음까지 사로잡을 정도였으니까요. 집에서 키울 입장은 안되고, 어두컴컴한 저녁에 밥이나 꼬박꼬박 챙겨줘볼까 하는 심산으로 사료를 놓아두곤 했던게 1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아마 그때 길고양이 사료배급에 대해서 길고양이 전문 블로거님께 문의를 드렸었는데, 답변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끝까지 책임질 생각 아니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말라는 말씀..)

그렇게 저는 작년 말까지도 그 녀석의 사료셔틀(?)이 되었는데. 동네 잔디와 나무를 다듬고, 페인트칠을 하는 공사들이 지연이 되면서 고양이의 보금자리를 빼앗기게 되었던 탓일까요. 그 녀석은 저와 만난지 1년만에 자취를 감췄습니다. 물론 저 녀석 뿐만 아니라 동네에 보이던 3~4마리의 고양이들도 모조리 사라졌죠. (저 녀석 말고 나머지 고양이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대단했습니다. 얘만 유별났던거구요...ㅎㅎ)

본격적으로 사료를 주기 시작하면서 사료값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자. 고양이를 키운적도 없고, 앞으로도 키울 계획은 '아직은' 없는 저는 프로베스트캣이라는 대형사료를 사서 배급을 시작했었는데. 이 녀석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곧 돌아올거라 생각했는데, 새해가 밝아도 돌아오지 않네요. 다른 어느곳에서 잘 살고 있을거라 믿지만... 아무튼, 저는 사료가 3분의 1정도가 남아버리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시립도서관 근처에서 만난 길고양이에게 포식하라며 인심베푼일을 빼고는 고양이를 만날 기회가 없었구요. 그런데.




오늘 새벽, 뒤척이다가 새벽 3시에 느닷없는 기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축구중계는 레알마드리드-마요르카의 경기와 AC밀란-체세나의 경기가 이어졌는데요. 오늘따라 축구중계가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웬지 답답하다는 기분마저 듭니다. 그래서 컴컴한 새벽에 조깅(?)이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근데 뜻밖의 모습을 포착한겁니다. 우리 동네에 고양이란 놈들은 모두 자취를 감춘줄만 알았는데. 어떤 녀석이 야무지게 발도장을 쾅쾅쾅 찍어놓았습니다.




길고양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눈밭에 고양이 발자국 찾는 것은 소소한 행복이 되었는데, 그 녀석이 사라진 이후 그 재미마저 잊고 살았나봅니다. 이 새벽에 좋~다고 고양이 발자국 사진을 찍다 들어왔습니다. 겨울이 좋은 이유에는 제 생일이 있다는 유치한 이유도 있지만..(ㅋㅋ) 아마 눈밭에 찍힌 고양이 발자국 보는 재미 때문에 겨울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길고양이 입장에선 추운 겨울을 이겨내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너무 이기적인 사람의 생각이겠죠. 

집에 다시 들어와서 남은 사료를 조금 가져다가 숨겨놓고 왔는데, 먹을런지 모르겠습니다.
프로베스트캣 마다하는 길고양이는 없는듯 하지만.... 이따가 사료 치우러 다시 그곳을 찾아야겠습니다.
(치울 사료가 없었으면 좋겠군요!)


아침부터 산책을 하고 왔더니 참 기분이 상쾌하고 좋습니다.

모두들 건강한 일주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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