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경술국치 100년이 된 해이자 안중근 의사가 서거하신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해이니 만큼 여러가지 관련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죠.
지난주에 종로 일대 길을 걷고 있었는데, 나부끼던 현수막이 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나는 너다>라는 제목의 안중근의사에 대한 연극이였습니다. 배우 송일국씨가 안중근의사의 역할을 맡은 듯 안의사의 겉모습과 비슷하게 분한 것도 인상적이였고 포스터 배경의 사람들의 모습들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론 저를 가장 궁금하게 만들었던 것은 <나는 너다>라는 제목이였습니다.
영웅 안중근의 막내아들 안준생이 바로본 세상은…
지난주 금요일, 저는 바로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나는 너다>를 보기위해 달려갔습니다. 공연장이 서서히 관객들로 가득차고,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알고 갔기 때문에, 사실들을 나열하는것에 그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안고 갔는데 제 쓸모없는 걱정일 뿐이였습니다.
연극 <나는 너다>가 안중근 의사를 다룬 다른 공연과 완벽하게 차별화 된 부분은 안중근 의사의 막내 아들인 안준생의 눈으로 안중근 의사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영웅 안중근의 막내아들, 안준생은 과연 누구일까요?
호부견자(虎父犬子)… 영웅 안중근의 막내아들 안준생은 친일파였다?
안중근의사는 그렇게 일제의 탄압에 굴복하지 않으며 동포의 대업을 위해 항소하지 않은채 형을 받게 됩니다. 항소를 하게 되면 안중근 의사의 의거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였다고 합니다. 당시 안중근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는 아들 응칠(안중근의사의 아명)에게 항소하지 말고 형을 받으라고 말합니다. 어머니 조마리아의 이러한 모습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시모시자(是母是子 : 그 어머니에 그 아들)라는 칭송을 받게 됩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런 결정을 감히 내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안중근 의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셨고, 대단한 위인이며 영웅이 되셨습니다. 그런데 그의 후손들이 겪은 고초가 말로 표현하질 못할 정도입니다. 안중근 의사에게는 2남 1녀가 있었습니다. 장녀 안현생, 장남 안분도, 차남 안준생. 첫째아들 분도는 어려서 독살을 당하였고, 막내아들 안준생은 '친일파'라는 오명을 쓰게 됩니다.
아버지의 얼굴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막내아들 준생은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일제의 핍박과 학대만을 받으며 자라납니다. 일본에게 안준생이란 존재는 정치선전도구로 매우 유용한 '도구'일 뿐이였습니다. '안중근의 아들' 안준생을 통해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형편없이 만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안준생은 아버지의 이토 저격사건에 대해서 이토의 아들에게 사과를 하는 등 친일행적을 벌이게 됩니다. 물론 그의 친일행적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가 받았을 고통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연극 <나는 너다>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여러가지 메시지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것입니다. <나는 너다> 연극 속 안준생은 사람들에게 휩싸여 "친일파, 변절자, 배신자, 수치" 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고통속에 몸부림치던 안준생은 "영웅의 아들도 영웅이여야만 했는가!" 라며 울부짖습니다.
호부견자(虎父犬子)
독립운동가 아버지와 매국노가 되버린 그의 아들,
우리는 과연 '친일파'였던 안중근 의사의 막내아들 준생에게 손가락질만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안중근 의사는 대체 어디에 있나요.
“나라를 찾거든 고국에 묻어달라!” 던 안의사의 유언 앞에 우리는 당당할 수 있을까요.
2010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는 연극 <나는 너다>는 지난달 27일부터 국립극장에서 열리고 있으며 오는 8월 22일 일요일까지 펼쳐집니다.
덧붙이는 말 : 이건 사족이지만 저는 꽤 많은 공연을 본 편입니다. 그래서 이 공연이 관객을 위해 어느정도 많은 준비를 했는지를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는 너다' 라는 공연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적절한 음향, 조명, 무대장치와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스토리 전개,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공연을 빛나게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름날 서울 남산 속 낭만적인 공연장인 '국립극장'에서 안중근 의사의 모습을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역사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연극을 통해서 이제 100년밖에 되지 않은 지난 역사 속 우리의 위인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모든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능동적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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