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감독의 특정선수 비난발언, 분명 문제있다

어제의 아르헨티나전은 4-1 완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메시-아게로-이과인-테베즈-밀리토라는 세계최강의 공격진을 보유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이기거나 비기기란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골을 허용하며 패배하리라 예상한 이들은 그다지 없었기에 더욱 충격은 컸다. 그나마 이청용선수의 센스있는 득점이 대패의 쓰라림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것 같다.

경기에 패했을때의 충격은 선수들이 가장 클 것이다. 열심히 뛰었지만, 그들의 개인량이 워낙 특출나서 상대하기가 매우 버거웠던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어제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 중 특별하게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선수가 있을까? 전체적으로 강팀을 상대로 얼어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박지성선수도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집중견제를 받으며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그나마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모습으로는 기성용 선수의 시원한 중거리포, 센스있는 만회골을 넣은 이청용선수, 자책골을 넣었지만 이청용선수의 골을 헤딩으로 도운 박주영선수, 리오넬 메시를 적극 마킹한 이영표선수, 수많은 실점기회를 막아낸 정성룡 골키퍼 등을 꼽고 싶다.

전체적으로 선수 모두가 위축되어있었고 개인기량에 있어서 처절히 밀렸던 경기였다. 엄연히 팀과 팀의 대결에서 완패했다. 딱히 잘한 선수를 꼽을 수 없을 정도였다. (영국언론에서는 정성룡선수에게 한국선수단 중 가장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그런데 경기 직후 허정무감독의 인터뷰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 허정무감독 인터뷰영상 : http://tvpot.daum.net/brand/ProgramClipView.do?ownerid=UfjO3s1yznA0&playlistid=1336815&clipid=24751306


후반전 초반 골키퍼와의 완벽한 1:1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 염기훈선수가 패배의 원인이였다고 지목해버린 것이다. 물론 나도 그 장면에서 염기훈선수가 득점에 성공했더라면 분위기는 반전되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2:2 동점이 되는 상황이였으므로 그대로 비기기 작전을 펼칠 수도 있었고,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서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패배의 모든 원인을 특정한 한 선수에게 돌리려는 모습은 감독의 자질이 의심되는 모습이다.

가수 신해철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허정무감독의 행동을 지적했다. 분명 공손한 어조의 말투이며, 자책골로 마음아파할 박주영선수를 위로하는 말을 하고 있는데 이놈의 언론들은 신해철이 굉장히 무례하게 허정무감독의 행동을 지적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위대한 메시에게 경의를" 이라는 부분만 타이틀로 잡아서 기사를 써대고 있다. 언론은 신해철을 왜이리도 싫어하나?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허정무감독이 이번에만 경기 패배 후 특정 선수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요르단전 국가대표 수문장이 되었던 김용대골키퍼가 아쉬운 장면을 보여주자 허정무감독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직접적으로 김용대골키퍼의 잘못을 지적했고 이운재골키퍼를 재발탁해야겠다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물론 당시 김용대골키퍼의 볼처리가 매우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 경기의 패배를 한 선수에게 원인을 돌려버리면서 그 선수의 자신감을 모두 짓밟아버리는 꼴이 된 것이다. 반면 2002년 월드컵 직전 대량실점을 했던 이운재골키퍼에 대해 히딩크감독이 했던 말은 "이운재선수가 한 실점보다 많은 선방을 펼쳐보였으니 괜찮다, 힘내라" 라는 위로의 말이였다.

아직 2010 남아공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허정무감독은 남은 경기에서 다시는 염기훈 선수를 쓰지 않을 작정인가? 분명 이근호선수를 탈락시키고 염기훈선수를 발탁해서 월드컵 무대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허정무 감독' 자신이다. 축구에서 승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으로도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큰 감동을 느낄 것이다. 아직 경기가 남아있는 시점에서 국가대표 감독의 이러한 발언은 매우 아쉬울 뿐이다. 감독으로서의 넓은 아량과 행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분명 우리는 아직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아쉽고 아쉽다.

어려웠던 아르헨티나전을 잊고 남은 나이지리아전에서 좋은 경기를 펼쳐주기를 기대해본다. 대한민국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