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풋볼리포트/UEFA 챔스

아스날과 에두아르도, 그들의 영화같았던 재회

by 이세진 2010. 10. 20.

아스날과 에두아르도, 그들의 영화같았던 재회
[챔피언스리그 아스날 5-1 샤흐타르 도네츠크]


@사진출처 : AP Photo (http://www.daylife.com)



오늘 새벽,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은 레알마드리드와 AC밀란이 격돌하는 챔피언스리그 빅매치에 관심이 쏠려있었을 것이다.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구단 두 팀이 만나는 것 만으로도 흥미로운데, 세계에서 손꼽히는 축구스타들을 한번에 만나볼 수 있기까지 하니 축구팬이라면 이 경기에 어찌 무관심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경기가 펼쳐져 소개를 하려고 한다. 20일 오전(한국시간), 아스날의 홈구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H조의 경기이다. 아스날과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맞대결, 객관적 전력이 한쪽으로 치우치기 때문에 그리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오늘 새벽에 펼쳐졌던 경기는 재미와 감동이 함께 있었던 영화같은 경기였다.



에두아르도, 생각보다 빨랐던 재회의 시간
아스날 최고의 골잡이가 될 것이라 생각되었던 브라질 태생의 크로아티아 스트라이커, 에두아르도. 탁월한 기량을 뽐내며 아스날 공격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던 선수. 그러나 버밍엄 테일러 선수의 무자비한 태클로 인해 심각한 부상, 아니 사고를 당한 에두아르도에게 남겨진건 장기간의 재활시간 뿐.

그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거쳐 그라운드에 복귀했지만 에두아르도는 예전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무엇보다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크게 드리워진 듯 했다. 상대선수들의 작은 태클에도 쉽게 움츠러드는 모습, 그런 큰 부상을 당한 선수라면 누구나 그런 후유증을 겪었을 것이다. 에두아르도는 힘든 시간들을 극복해냈지만 지난 여름 아스날과 안타까운 이별을 해야했다.

에두아르도는 아스날의 여름 프리시즌 트레이닝에도 참여했었지만 어느 대회에서나 우승을 다퉈야하는 ‘아스날’이라는 클럽의 입장과 축구선수로서 더 많은 시간을 플레이하는게 좋겠다는 판단아래 샤흐타르 도네츠크로의 이적을 선택하게 되었다. 아쉽지만 서로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다.

에두아르도와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된 벵거감독과 아스날 팀동료들은 ‘언젠가 아스날과 에두아르도가 재회할 수 있다면…’ 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런데 그 재회의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같은 H조에 배정되었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아스날은 상대적으로 약체 팀들과 함께 H조에 배정되어 순조롭게 16강을 확정짓겠다’라는 분석에 몰두했지만, 아스날은 에두아르도와의 너무도 빠른 재회에 다소 멍한 기분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와의 재회가 기쁘기도, 슬프기도,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이 기분은 무엇이였을까…



에두아르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돌아오다
아스날과 샤흐타르의 경기는 대부분의 전문가와 팬들이 예상했듯이 압도적인 아스날의 우위였다. 전반초반 팽팽한 분위기를 유지했지만, 샤흐타르 골키퍼의 실수로 송의 선제골이 들어가게 되면서 경기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송, 나스리, 파브레가스, 샤막, 윌셔! 무려 5명의 각기 다른 선수들이 샤흐타르의 골망을 흔들었다. 5-0, 너무나 압도적인 경기였다.

이미 경기결과가 판가름 나버렸을 때, 홀로 아스날의 골망을 가른 선수가 있었다. ‘전 거너스’ 에두아르도였다. 후반중순 교체투입된 에두아르도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팬들의 환호와 격려어린 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에 들어왔다. 묵묵히 경기장을 누비던 그는 경기 후반 멋진 발리슈팅으로 아스날의 골망을 갈랐다.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파비앙스키가 몸을 날려보았지만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에두아르도는 골을 성공한 후 특별한 세리모니를 하지 않았다. 대신 홈을 가득메운 아스날 팬들은 그의 골에 기립박수와 아낌없는 환호가 이어졌다. 기쁘기도, 슬프기도 했던 이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사진출처 : Getty Images (http://www.daylife.com)



에두아르도, 그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에두아르도는 경기가 끝나고서야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전 팀동료들과 열렬히 포옹하기도 하며 반가운 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아스날팬들에게 에두아르도는 어떤 존재일까.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내준 것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 어쩔 수 없는 예기치 못한 사고였지만 서로를 위한 이별을 택할 수 밖에 없었기에 드는 이 묘한 감정들.

아마 아스날의 모든 코칭스텝, 선수들과 팬들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에두아르도가 샤흐타르 도네츠크에서 멋지게 날아오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을 것이다. 오늘 새벽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터져나온 에두아르도에 대한 기립박수는 바로 이런 의미가 아니였을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