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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포트/UEFA 챔스

반페르시로 시작해서 반페르시로 끝난 아스날의 바르샤전 승리의 꿈

by 이세진 2011. 3. 9.
9일 새벽,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프 누에서는 바르셀로나와 아스날의 16강 2차전이 펼쳐졌다. 2월에 아스날의 홈구장에서 열렸던 16강 1차전에서 반 페르시와 아르샤빈의 극적인 동점골·역전골로 승리했던 아스날은 바르셀로나전 승리에 무척이나 고무된 모습이였다. 볼 점유율을 완전히 내주었지만 집념으로 만들어낸 골이 아스날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아스날은 2차전에서 무승부만 거두어도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상태. 그러나 2차전 장소는 원정팀들의 무덤이라는 캄프 누였다. 바르셀로나를 통쾌하게 꺾고 챔피언스리그 8강진출을 꿈꾸던 아스날의 꿈은 반 페르시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쓸데없이 퇴장을 당한 반 페르시 ⓒAP Photo



반페르시로 시작해서 반페르시로 끝난 아스날의 바르샤전 승리의 꿈
칼링컵 결승전에서 골을 넣다가 부상을 입으며 2차전 출장이 불투명했던 반 페르시는 극적으로 원정길에 합류하며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교체출장정도가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되었던 반 페르시는, 2차전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또 한번 놀라게 만들었다. 1차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의 주인공인 반 페르시는 아스날 공격에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마 반 페르시의 복귀와 함께 아스날의 8강행에 더욱 청신호가 켜졌다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1차전의 영웅이었던 반 페르시는 2차전 아스날 패인의 원인이 되어버렸다. 바르셀로나 다니엘 알베스, 아비달과 같은 선수가 다소 거친 태클을 보이자 반 페르시는 유난히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기 시작했고, 전반전 추가시간에는 보복성 행위까지 보이면서 쓸데없는 카드를 받았다.

 바르셀로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아스날
 20 (12)  슈팅 (유효슈팅)  0 (0)
 8  파울  19
 5  코너킥  2
 8  오프사이드  4
 76%  볼 점유율  24%
 0  옐로우카드  3
 0  레드카드  1
 0  골키퍼 선방  9



1차전과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에게 완전히 주도권을 내주었지만 무난한 수비로 전반전을 0-0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아스날은, 전반 막판 추가시간에 흐트러진 분위기속에서 리오넬 메시에게 골을 허용하며 1-0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메시의 골은 아스날 진영에서 캡틴 파브레가스의 잘못된 패스 하나가 실점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1골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아스날이 1골을 넣어서 무승부를 만든다면 아스날의 8강 진출이 가능한 상태.
그러나 경기 56분 로빈 반 페르시의 퇴장이 아스날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오프사이드 휘슬이 울린 상황에서 반 페르시가 슈팅기회를 가져가면서 또다시 불필요한 카드를 받았기 때문이다. 반 페르시는 캄프 누의 9만관중의 소리 때문에 주심의 휘슬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항의했지만 경기장에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못 들었다구요!! ⓒGetty Images



첫 번째 카드를 너무도 어이없게 받은 상황에서 두 번째 카드 역시 불필요한 상황 때문에 받은 것이어서 팀에 큰 악영향을 끼쳤다. 물론 반 페르시의 항의대로 주심의 휘슬을 듣지 못했을 수는 있지만, 이전의 첫 번째 카드 상황도 아쉬웠던 데다가 카드를 받은 상황에서 조금 더 조심스러운 플레이를 했어야만 했다.

좀처럼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공격기회를 잡지 못했던 아스날은 반 페르시의 퇴장 이후 더욱 무기력한 모습이 되었다. 어쩌다가 역습기회를 잡아도 전방 스트라이커가 없는 상황이다보니 유기적인 공격이 전개될 리 만무했다.

탁월한 볼키핑 능력과 패스실력으로 경기를 지배했던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친 아스날 선수들은 로빈 반 페르시의 퇴장과 함께 3-1 완패의 수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1골도 부스케츠의 자책골이였으며 아스날은 경기 동안 단 한차례의 슈팅도 하지 못하는 '슈팅숫자 0개'의 굴욕을 당해야만 했다.

드라마 같은 1차전 승리로 한껏 들떠있었을 아스날이였을텐데, 감정 컨트롤을 하지 못한 채 무의미한 카드수집을 하며 퇴장당한 반 페르시의 행동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팀의 부주장으로서 팀원들을 다독거려도 모자를 판에 말이다. 바르셀로나의 거친 태클에는 카드가 나오지 않고, 아스날 선수들에게만 조금은 가혹하게 카드가 나간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바르셀로나의 홈이라는 점과 주심의 성향을 인지하고 경기를 했어야 했다. 경기를 이긴 뒤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이러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게 더 멋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든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두 팀이 멋진 경기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했던 한 사람으로 반 페르시의 모습은 무척 씁쓸했다.




-블로거 이세진(http://sejin90.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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