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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포트/한국국대,K-리그, AFC

FC바르셀로나에 대한 한국의 일방적인 짝사랑이 슬프고 화가났다

by 이세진 2010. 8. 4.
K-리그 올스타 공개훈련 + FC 바르셀로나 공개훈련 + 기자회견 취재 후기

*우선 글을 쓰기에 앞서 밝힙니다. 저는 새벽에 밤을 새서라도, 아니면 미리 자다가 알람을 맞춰서 일어나서라도 바르셀로나 경기를 챙겨볼 정도로 바르셀로나를 좋아하는 축구팬입니다. (이는 제 블로그 포스팅들을 보시면 아실겁니다.) 결코 '안티'가 아니며, 이 글은 철저하게 8월 3일 공개훈련+기자회견장에 취재를 하면서 느낀점을 쓴 것임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3일 오후,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는 K-리그올스타팀과 FC바르셀로나의 공개훈련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화가났다. 아니, 슬펐다. 뭐가 슬펐냐고?
이 정도면 FC바르셀로나에 대한 한국의 일방적인 짝사랑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해도해도 너무하는 그들이였다. 그들은 최소한의 예의도 없었다.


밝은 모습으로 공개훈련장 들어선 K-리그 올스타팀
오후 6시, FC서울의 홈구장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K-리그 올스타팀이 입장하자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어떤 팬들은 좋아하는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하기도 했다. 관중들의 환호에 신이난 K-리거들은 연신 싱글벙글 즐거운 표정이였다.


올스타로 선정된 20명의 K-리거들은 다양한 훈련들을 소화하면서 1시간동안 공개훈련을 진행했다. 남아공월드컵 멤버로 활약했던 선수들과 K-리그 최고의 스타들, 그리고 K-리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염둥이 용병들은 연신 환한 미소로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K-리그 올스타로 선정된 20인
GK 정성룡(성남), 김영광(울산)
DF 최효진(서울), 김상식(전북), 김형일(포항), 김치곤(울산), 김창수(부산), 우승제(대전)
MF 김두현(수원), 구자철(제주), 김재성(포항), 에닝요(전북), 몰리나(성남), 박희도(부산), 하대성(서울)
FW 루시오(경남), 인디오(전남), 최성국(광주), 이승렬(서울), 이동국(전북)


기자회견장을 뒤집어놓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말 "메시 경기 안 뛰어요~"
K-리그올스타팀의 공개훈련이 끝난 오후 7시, K-리그올스타팀 감독을 맡게된 전북 최강희 감독과 김상식 선수가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이들은 올스타전인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세계최고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리오넬 메시의 FC바르셀로나를 상대한다는 것이 다소 버거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최강희 감독은 일본 J리그 올스타와 맞붙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세계최강클럽 FC바르셀로나와 경기를 가질때 하필 올스타팀 감독을 맡게 되었다며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제는 K-리그올스타팀 기자회견이 끝난 후, FC바르셀로나 기자회견에서 벌어졌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가브리엘 밀리토 선수의 기자회견에 이어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한 기자가 "메시가 굉장히 피곤해하는데, 경기에 얼마나 출장시킬 생각이냐"는 질문을 했는데, 펩 감독이 "메시가 경기에 출장하지 않는다. 몸상태가 100%가 아니기 때문에 부상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라고 대답한 것이다.


기자회견장은 술렁였다. 사비, 이니에스타, 푸욜 등 스페인 최고의 축구스타들이 월드컵우승으로 대거 방한에서 제외되었고, FC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보고자 했던 축구팬들의 유일한 희망(?)인 리오넬 메시마저 경기에 투입되지 않는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사실 모든 대회 우승을 꿈꾸는 세계명문구단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팀의 키플레이어가 프리시즌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길 바라는게 당연한 일이다. 프리시즌으로 인해 시즌 경기에 영향을 미쳐선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시'만'을 보려고 몇십만원에 달하는 티켓을 구입한 한국 축구팬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한국의 일방적인 FC바르셀로나 짝사랑이 너무나 슬펐다
충격적인 기자회견이 끝난 후 FC바르셀로나의 공개훈련이 펼쳐졌다. 공개훈련에는 다행이도(?) 메시가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FC바르셀로나의 공개훈련을 보기위해 모여든 축구팬들은 "리오넬 메시!!!" 를 외치며 환호를 질렀다.메시가 볼을 잡을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우뢰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훈련에만 매진하는 모습이였다.


FC바르셀로나 측에서는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 유니폼을 관중석을 향해 던져주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장면이 너무나 슬펐다. 순간 울컥했다. 유니폼을 받으려고 팬들이 손을 뻗고 환호하고 있었다. 모든 시선이 관중석에 쏠려있을 때, 나는 훈련을 끝내고 관중석에서 멀찌기 떨어진 그라운드위에서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FC바르셀로나 선수들을 보았다. 모두 관중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 가지 표정으로. 근데 그 표정이, 나를 너무나 슬프게 만들었다.

내 감정에 대해 더 자세히 쓰지는 않겠다.
그저. 아무 이유없이 슬퍼졌을 뿐이였다. 한국의 일방적인 짝사랑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공개훈련 이후… 인터뷰를 기다리던 기자들을 물먹인 FC바르셀로나
어찌저찌 FC바르셀로나의 공개훈련까지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는 선수들의 인터뷰가 마련되었다고 하여 기자들이 장비를 갖추고 대기를 하고 있었다. 리오넬 메시 선수와 다니엘 알베스 선수가 인터뷰를 할 거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기다렸다. 또 기다렸다. 그런데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갑작스럽게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말이 경호원의 입을 통해 들려왔다.



▲ 인상을 잔뜩 찌푸린채 고개를 저으며 나가는 다니엘 알베스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들이 얼마나 피곤할지도 잘 알고, 언론에 얼마나 시달렸을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인터뷰도 거절하고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던 그들의 표정이 기자들에게 더욱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마치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나가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한숨을 푹 쉬면서 나가는 선수가 있다. 기자들이 이름을 불러보아도 빠른 발걸음으로 빠져나가기에 바쁘다. 유망주 도스 산토스와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정도가 짧은 인터뷰에 응한게 다였다.

나는 오늘 결코 화가 나진 않았다.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왔을 뿐이였고, 왠지 한국이 일방적인 짝사랑을 하고 있는것만 같아서 오히려 슬픈 감정이 앞섰다.

물론 FC바르셀로나 보다 더 문제인건, 주최측이다. 이건 엄연한 사기이다. 포스터 메인 모델인 메시를 보고 티켓을 구입한 축구팬들에게 어떻게 보상을 해줄 것인가? 수퍼스타들을 볼 생각이 들뜬 마음으로 티켓 예매를 한 축구팬들에게 모두 환불을 해주고 무료로 경기장을 개방해도 모자를 판이다.

급격히 악화된 여론을 의식했는지 리오넬 메시를 출장시키도록 협의를 해보겠다 나섰지만 과연 이러한 것들로 한국 축구팬들에게 입힌 상처, 그리고 K-리그 자존심에 낸 흠집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K-리그 올스타팀도 엄연히 피해자이다. 시즌중에 세계최고의 구단과 맞붙는 부담감, 이겨도 욕먹고 져도 욕먹는 이러한 말도 안되는 상황. 아마 최고의 피해자는 K-리그 올스타팀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이들은 '올스타전'이라는 이벤트성 행사에서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거나 여유롭게 우스꽝스러운 골 세리모니를 준비하기는 커녕 경기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려야 하니 말이다.

4일 K-리그 올스타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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