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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포트/EPL

69년생 골키퍼 레만은 은퇴를 왜 번복했을까

by 이세진 2011. 4. 11.

10일 오후, 블랙풀 원정길에 나선 아스날이 오랜만에 통쾌한 3-1 승리를 거두며 승점 3점을 챙겼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보다 한 경기 덜 치른 상황에서 승점 7점차 2. 시즌 막판에 역전우승을 노리는 아스날로서는 꽤 부담스러운 승점차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아스날스러운 통쾌한 경기력으로 승점 3점을 무난히 챙겼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지난 블랙풀전에서 유독 주목을 받은 이가 있다. 환상적인 패스로 탄성을 자아냈던 세스크 파브레가스도 아니였고, 오랜만에 골을 터뜨린 디아비, 시원스런 슈팅으로 블랙풀 골망을 가른 에보우에도 아니였다.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은건 다름아닌 옌스 레만 골키퍼. 슈제츠니, 파비앙스키의 부상으로 알무니아가 지켜야할 아스날의 골문에 아스날 무패우승의 주역레만 골키퍼가 지키고 서있었던 것이다. 레만은 어떻게 블랙풀전 아스날 선발 수문장이 되었을까?



[사진=스카이스포츠] 블랙풀전에서 아스날 골문을 지킨 레만

 

 

아스날 1군 골키퍼의 실종, 레만의 은퇴번복 야기했다

시즌초 아스날 1군의 No.1 골키퍼는 폴란드 출신의 파비앙스키였다. 알무니아에 밀려 No.2 자리에 머무르던 그는 알무니아가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줄 때를 틈타서 아스날 1군 주전수문장의 자리를 꿰찼다. 덕분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활약한바있는 베테랑 골키퍼 알무니아가 벤치신세를 면치 못했다.

 

컵대회에서도 알무니아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아르센 벵거감독이 신예 골키퍼 슈제츠니에게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이다. 미래의 아스날 No.1 골키퍼로 애초에 점찍어놓고 그에게 경험을 심어주려는 의도였다. 슈제츠니는 경험은 부족했지만, 알무니아보다 안정감있는 모습에 간간히 놀라운 슈퍼세이브도 선보이며 벵거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렇게 알무니아는 순식간에 아스날의 No.3 골키퍼로 전락했다. 또다른 1군 골키퍼 마노네는 헐시티로 임대를 간 상황. 그런데 정말 믿기지 않을 일이 벌어졌다. 이번 시즌 주전골키퍼로 도약한 파비앙스키가 훈련도중 슈제츠니의 슈팅에 부상을 입으며 시즌아웃이 되었고, No.1 자리를 차지하고 맹활약하던 슈제츠니는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16 2차전에서 다니엘 알베스의 프리킥을 막아내다가 손가락 부상을 입으며 6주 아웃을 진단받았다.

 

이로써 아스날 1군에 남은 골키퍼는 알무니아밖에 없게 되었다. 유스팀에서 활약하던 셰어골키퍼를 1군 벤치에 올려야했을정도로 아스날 골키퍼 상황은 열악했다. 결국 벵거감독은 은퇴선언을 하고 코치직을 준비하던 69년생의 노장 골키퍼 옌스 레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스날의 힘든 상황을 알고있던 레만은 결국 은퇴를 번복하고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무패우승 주역의 귀환, 은퇴한 선수가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던 팀으로 은퇴를 번복하면서까지 돌아오는데는 엄청난 고민이 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선발도 아니였고, 1군 벤치를 지키는 역할이였음에도 레만은 마다하지 않고 돌아왔다.

 

그런데 10일 블랙풀전, 또다시 믿기지 않을 일이 벌어졌다. 선발출장을 하려던 알무니아 골키퍼가 경기직전 훈련에서 경미한 부상을 입으며 경기출장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애초에 벤치에 앉을 예정이였던 아스날 레전드레만은 그렇게 복귀전을 치르게 되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무패우승의 주역 레만은 영 거너스의 우승을 이끌 것인가

폼이 떨어진 선수도 아니고, 아예 현역선수생활에서 은퇴했던 선수가 다시 현역선수로 복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레만은 항상 경기를 치뤄온 현역선수마냥 안정적인 모습으로 아스날 골문을 지켰다. 수비라인의 실책으로 공격수와 1:1 상황을 맞은 몇몇 상황들을 제외하고는 흠잡을데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후반전에 나온 실점상황도 레만이 실수한 부분은 없었다. 게다가 레만은 블랙풀의 위협적인 슈팅을 다이빙으로 실점을 막아내고, 넘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골문으로 데굴데굴 흘러가던 볼을 골라인 바로 앞에서 발로 멈춰세우며 아스날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결국 아스날은 돌아온 레만의 활약에 힘입어 3-1 승리했다. 알무니아가 부상에서 회복하고, 슈제츠니가 손가락 부상에서 복귀하면 레만이 활약할 기회는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벵거감독도 골키퍼 백업부재를 메우기 위해 그를 복귀시켰을 뿐이지, 그를 선발기용하려는 목적으로 복귀시킨 것은 아니다. 아스날과 레만은 현재 매달 계약을 갱신하는 조건으로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아스날은 늘 정신적 지주의 부재에 대해 지적받아오지 않았는가. 무패우승을 경험했던 카리스마 넘치는 독일 골키퍼 레만은 영 거너스에서 우승DNA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적임자라 보여진다.

 

아스날의 역전우승, 상당히 버거워보이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무패우승의 주역 레만이 영 거너스를 우승의 지름길로 인도할 것인가. 레전드의 귀환이 아스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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