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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포트/UEFA 챔스

맨유와 레알의 차이는 호날두가 아닌 박지성이였다

by 이세진 2010. 3. 11.

▲ AC밀란을 상대로 또 한번 멋진 골을 만들어낸 박지성


맨체스터유나이티드 4-0 AC밀란 (총 스코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7-2 AC밀란)
득점자 : 13분 웨인 루니, 46분 웨인 루니, 59분 박지성, 88분 대런 플레쳐(이상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레알마드리드 1-1 리옹 (총 스코어 레알마드리드 1-2 리옹)
득점자 : 6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상 레알마드리드), 75분 피아니치(이상 리옹)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11일 오전(한국시간) 올드트레포드로 불러들인 AC밀란에게 4-0 완승을 거두며 총 스코어 7-2로 8강행을 확정지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선두 질주를 하고 있는 웨인 루니의 2골과 함께 스콜스가 찔러준 골을 넘어지면서 슈팅으로 처리한 박지성의 골도 일품이였다. 박지성은 AC밀란 피를로를 완전히 봉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맨유는 플레쳐의 골까지 AC밀란을 상대로 4골을 뽑아내며 팀의 저력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반면 같은시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리옹을 불러들인 레알마드리드는 호날두의 선제득점에도 불구하고 동점골을 내주며 총 스코어 1-2로 8강행 좌절을 맛보게 되었다. 벌써 6년째 8강을 가지 못한 레알마드리드이다. 특히나 이번 시즌에는 호날두, 카카, 알론소 등의 굵직굵직한 영입으로 '갈락티코 2기'로서 레알마드리드의 새로운 전성기를 기대했지만 8강행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레알마드리드는 어쩔수 없이 리그에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현재 레알마드리드는 프리메라리가에서 바르셀로나와 승점이 동점이지만, 득실차에 의해 아슬아슬한 1위자리에 올라있는 상황이다.


맨유와 레알의 차이는 호날두가 아닌 박지성이였다
호날두가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할 당시에 몇몇 팬들은 진심반 농담반으로 레알마드리드가 호날두를 200% 활용하기 위해선 박지성을 함께 데려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최강의 공격력(프리킥을 포함한)을 자랑하는 호날두를 받쳐주는 든든한 그림자 같은 역할을 했던 박지성이 없다면 호날두의 기량을 모두 활용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아직까지 레알마드리드 호날두 모습을 본다면 이 의견이 굳이 틀리지는 않아보인다.

호날두가 물론 프리메라리가 이적 이후에도 공격포인트를 꾸준히 쌓으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지만, 그가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레알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온갖 대회의 트로피를 휩쓸겠다' 라고 생각을 하면 했지, '레알마드리드의 성적과 상관없이 내 원맨팀으로 만들겠다' 라는 생각은 아니였을 것이다. 하지만 호날두의 의도와는 다르게, 호날두는 레알마드리드의 소년가장(?)이 되어가고 있다.


▲ 레알마드리드의 8강행 좌절에 실망한 호날두


호날두가 맨유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 호날두 외에는 루니-테베즈-박지성이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무엇보다 이 세 선수의 공통점은 활동량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산소탱크를 장착한(?) 이들이 열심히 수비진을 끌고 다니거나, 좋은 위치를 선점한 호날두에게 절묘한 패스를 찔러주면 온몸으로 골을 넣을줄 아는(?) 호날두는 언제나 득점에 성공하며 팬들의 성원을 받았다. 루니-테베즈-박지성은 분명히 호날두라는 세계적인 공격수를 활용하기 위해 팀플레이를 할 줄 아는 이들이였다. 물론 이들이 호날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결코 아니였다. 이들 개개인 모두가 훌륭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였기 때문에 이들의 시너지효과는 엄청났고, 이는 실제로 리그, 각종 대회 우승 트로피 등의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호날두가 최근 언론을 통해 '루니가 레알마드리드에 왔으면 좋겠다' 라는 언급을 하는 것은 이러한 것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호날두 스스로의 기량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레알에는 박지성과 같은 선수가 없다. 물론 카카, 알론소, 벤제마 등 이름만 들으면 훌륭한 선수들이 즐비한 레알마드리드이지만 이름으로 축구를 하는것은 아니지 않는가. 스타플레이어가 존재하면, 그 스타플레이어를 만들기 위해 희생할줄 아는 선수가 필요한 법이다. 호날두가 있던 시절의 웨인 루니가 그랬고, 박지성이 그랬다. 호날두 이적 이후 웨인 루니가 리그 1위의 득점력을 과시하는 것은 그의 능력이 순식간에 '폭발' 했다기 보다는 호날두의 이적이 큰 작용을 했다고 보인다.


▲ 오늘 경기의 키(Key)가 박지성이였다고 언급한 퍼거슨감독. http://www.manutd.com


어쩌면 호날두는 벌써부터 맨유생활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박지성이 밀집된 수비진을 뚫고 나와서 빠른 돌파로 찔러준 패스를 웨인루니가 침착하게 받아내고, 패널티박스 부근에 위치선정을 하고 있던 호날두에게 크로스를 해주고, 호날두가 멋지게 뛰어올라 헤딩골을 꽂아넣는 그 모습! 혹시 알까? 이 모습을 다시 볼 수도 있을지…  그런데 이미 맨유에서 킹루니로 자리잡게된 루니가 킹호날두의 복귀를 반길지는 의문이다. 맨유는 호날두 없이도 칼링컵 우승을 만들어냈으며, 이번 시즌 역시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맨유에서 함께 활약하던 호날두, 루니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에 대해서는 '대단한 선수'라고 인지를 하는 것에 비해, 맨유에서 5년째 꾸준히 활약중인 '박지성(지성팍)'이라는 한국선수에 대해서 오히려 같은 한국사람들이 그의 기량을 의심(?)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본 후 나는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맨유와 레알의 차이는 호날두가 아닌 박지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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