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8일 19시, 인천 월드컵경기장에서 제2회 조모컵 경기가 열렸다. K리그와 J리그의 자존심을 건 맞대결. 지난 1회 조모컵에서는 3:1 완승으로 K리그 올스타팀이 J리그 올스타팀을 처참히 짓밟으며 K리그의 위상을 드높였었다. 특히 1회 조모컵의 MVP 수상을 한 최성국 선수가 이번 2회 조모컵에도 참가하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K리그올스타팀의 4-1 완패… 경기내용이 어땠길래 이러한 스코어가 나왔을까?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경기양상
말이 친선경기지, 한일전은 '한일전'이라는 이름 만으로도 전쟁이다. K리그, J리그의 올스타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경기양상을 보여주었다. 특히 K리그 올스타팀 중에는 전북 최태욱선수의 돌파능력이 특히 돋보였고, J리그 올스타팀에서는 주닝요 선수의 빠른 스피드가 돋보였다. 전반 9분 경 기성용 선수가 직접 얻어낸 프리킥 찬스를 직접 프리킥으로 올려차주었는데, 포항 김형일 선수가 헤딩슛으로 연결지었지만 아쉽게 슛이 뜨고말았다.
'올스타팀'이라는 팀 특성상 수비 조직력이 탄탄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인지 더욱 공방전은 치열했다. 전반 12분 경, 최태욱이 올려준 것을 이동국이 머리로 받아서 떨궈주었고, 데얀이 오버헤드킥으로 슈팅을 시도해보았지만 골문을 가르진 못했다. 13분 경 기성용 선수가 매우 강력한 중거리슈팅을 때렸으나 역시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J리그 올스타팀에게 쉽게 선취골을 내주다
전반 14분, 가시마 앤틀러스의 마르퀴뇨스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K리그 올스타팀의 거센 공격이 계속 이어졌지만, 볼을 빼앗긴 후 빠른 스피드를 살려 날카롭게 역습을 한 J리그 올스타팀이 쉽게 선제골에 성공시키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동안 치열한 경기전개에 비해 너무 쉽게 골을 내주어 아쉬움이 많이 남은 실점이였다.
J리그 올스타팀의 기민한 패스연결… 이와 비교되는 K리그 올스타팀의 긴 패스
J리그 올스타팀은 기민한 패스연결로 볼점유율을 높여가며 경기의 주도권을 쥐어가고자 했다. 짧은 패스로 공간을 좁혀오며 스피드가 뛰어난 공격수들을 통해 K리그 올스타팀의 골문을 노렸다. 하지만 K리그 올스타팀의 경기 내내 긴 패스로 연결을 하였고, 최태욱선수나 최성국선수의 드리블돌파를 통해 측면공격을 번번히 시도했지만 쉽사리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플레이 스타일이 리그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K리그 올스타팀이 좀 더 정교한 패스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전반전이였다. 의미없는 긴 패스나 뚝뚝 끊기는 패스를 할 바엔, 차라리 골문을 향해 슈팅이라도 마구마구 날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웠던 전반전이였다. (K리그 올스타팀은 전반종료를 할때까지 유효슈팅을 단 한차례도 가져가지 못했다.)
K리그 올스타팀에서 J리그 올스타팀으로 다시 조모컵에 참가한 이정수의 추가골
눈에 보일 정도로 볼점유율과 경기주도권을 J리그올스타팀에 내준 K리그올스타팀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인천의 특급신인 유병수, 러시아에서 돌아온 미드필더 이호, 포항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최효진, 수원의 스트라이커 에두가 한꺼번에 투입되었다. 초반에 몇차례 공격을 만들어가기도 했지만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전반 7분 경, 이번엔 J리그 올스타팀으로 조모컵에 참가한 이정수가 떨궈준 볼을 주닝요가 헤딩으로 꽂아넣으려 했으나 간발의 차로 볼이 벗어났다. J리그 올스타팀의 쐐기골이 될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였다. 후반 15분 경, 이정수가 볼을 멈춰놓고 침착히 골로 연결지었다. 선제골과 마찬가지로 너무도 쉽게 골을 내주며 아쉬움을 자아내었다. 수비에서도 탄탄한 수비력을 선보였고 득점에도 성공한 이정수선수는 결국 제2회 조모컵의 MVP가 되는 영광을 안게되기도 했다.
J리그 올스타팀 후반 27분 나카무라, 후반 36분 주닝요의 연속 골…
패스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전술적인 문제도 컸지만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도 문제였다. 너무도 쉽게 J리그올스타팀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처참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점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였다면 아쉬움이 덜 했을지도 모르겠으나, 너무도 어이없는 실점장면이 연속되자 기대감을 갖고 경기를 보던 축구팬의 입장에선 힘이 쭉쭉빠졌다.
최성국의 패널티킥 성공… 후반 40분까지 유효슈팅이 없었던 K리그 올스타팀
후반 38분 최성국선수가 얻어낸 패널티킥 기회를 직접 처리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사실 패널티킥이 선언되지마자 J리그올스타팀의 일부 선수들은 항의를 할 정도로 애매한 상황이긴 했지만 주심은 패널티킥을 단호히 선언했다. 쫓아가는 득점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이 마저도 슈팅 방향을 읽혀 볼이 막힐 듯한 아찔한 상황을 연출할 듯도 했으나 최성국선수가 워낙 볼을 강하게 차서 득점에 성공했다.
J리그 올스타팀이 10여차례 유효슈팅을 때려내는 동안 K리그 올스타팀은 단 한번도 유효슈팅을 때려내지 못했다. 사실 미드필더의 패싱능력에선 J리그가 우위를 점할지는 모르겠지만, 득점능력에서는 K리그 선수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소에 평가되어왔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유휴슈팅의 부재'는 K리그를 더욱 더 고개숙이게 만들었다.
4-1 대패, 대체 뭐가 문제인가
결국 경기 내내 주도권을 빼앗긴 K리그 올스타팀은 J리그 올스타팀에게 4-1로 대패를 하는 아픔을 맛보게 되었다. 작년과 판이하게 달라진 경기결과의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전반전 눈에 보일 정도로 경기주도권을 빼앗겼던 K리그 올스타팀이 후반전엔 조금 더 패싱에 중점을 두는 플레이를 펼쳤다면 경기결과가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우선 가장 크다. 특히 J리그 올스타팀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이며 제2회 조모컵 MVP를 거머쥔 수상자가 지난 시즌까지 수원에서 뛰어온 이정수선수인 것을 보면, K리그 올스타팀과 J리그 올스타팀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는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개인적으로 오히려 K리그 선수들의 개인기량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K리그 올스타팀은 개인기량에 너무도 의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전혀 패스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빠른 스피드의 주닝요 선수의 돌파에 번번히 무너지는 수비라인의 모습은 4골 실점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앙상함을 보여주었다.
특히 작년 제1회 조모컵에서 3-1로 K리그 올스타팀에게 완패를 당한 J리그 올스타팀의 선수들과 올리베이라 감독이 오늘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매우 남달라보였다. 올리베이라 감독은 주심의 판정에 조금이라도 불만을 느끼면 벤치를 박차고 나와 거세게 항의하는 등 오늘 경기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K리그 팬으로서 이번 조모컵은 너무도 아쉽다
K리그를 TV에서 제대로 중계를 해주지는 않지만, 인터넷 문자중계나 지방 방송사 등을 통해서 어렵게 찾아서라도 중계를 보는 K리그 팬으로서 이번 조모컵의 처참한 결과는 너무도 아쉽다. 이렇게 많은 언론과 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이벤트성 경기에서 K리그 올스타팀이 좀 더 좋은 결과와 경기운영을 해주었다면 자연스럽게 K리그의 흥행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을텐데, K리그 올스타팀은 이 기회를 뻥 차버리고 말았다.
특히 경기후반에 들어서도 전혀 변화가 없던 답답한 경기스타일과 오히려 더욱 무기력해진 선수들의 플레이 모습은 K리그 팬들조차 화나게 만드는 경기운영이였다. 물론 이러한 친선경기 하나를 가지고 K리그와 J리그의 전체적인 수준과 재미를 평가할 수는 없다. (평소에 K리그를 보기 때문에 K리그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평소 제대로 중계되지 않는 K리그를 조모컵을 통해서나마 접한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아 K리그가 중계되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라고 생각해버리기 쉽기 때문에 오늘 조모컵의 쓰라린 결과는 더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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