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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포트/EPL

아스날팬 입장에서 바라본 맨유의 박지성

by 이세진 2010. 12. 14.
알람을 맞춰놓고 미리 잠들었다가 새벽 4시에 일어났습니다. EPL 최고의 경기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죠. 경기장소는 올드 트레포드, 맨유의 홈구장. 새벽 4시 알람을 듣자마자 일어난 제가 스스로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한 탓이겠죠.

아무래도 박지성선수가 몸담고 있는 맨유이다보니 국내언론들은 모두 맨유에만 집중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의 한국 공식홈페이지인 아스날코리아 운영자인 저로서는 아스날의 선두유지를 바라고 있을 뿐이였습니다. 그러나 저도 어쩔 수 없는 한국축구팬인지라, 박지성선수의 활약이 기대가 되기도 하고 한편으론 두렵기도(?) 한 오묘한 감정.

아스날은 이 경기 전까지 프리미어리그 선두자리에 올라있었습니다. 이번 시즌 역시 아스날은 공수에 걸쳐서 부상여파를 맞았지만 스쿼드가 단단해진 덕분에 프리미어리그에서나 챔피언스리그에서나 외줄타기하듯 오고 있는 듯 합니다. 특히 나스리의 상승세가 상당한데, 이 때문에 맨유와 아스날의 경기 전에는 '맨유'의 박지성과 '아스날'의 나스리에 대한 비교분석이 쏟아져나왔습니다.


▲ ESPNsoccernet 메인을 장식한 박지성

14일 새벽 5시 킥오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vs 아스날
장소가 올드트레포드인만큼 경기초반 맨유의 압박이 상당합니다. 사실 전반전 내내 두 팀 모두 추운 날씨 탓인지 패스미스가 상당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 아스날은 No.1 골키퍼였던 알무니아를 부상으로 잃고, 그나마 주전입지를 굳히던 파비앙스키마저 다리부상으로 벤치에 앉으면서 지난시즌까지 No.4 골키퍼였던 90년생 190cm의 골키퍼 슈제츠니가 골문을 지켰습니다. 그럼에도 슈제츠니를 시험할만한 위협적인 공격은 그리 많진 않았습니다. 아스날은 맨유보다 더 공격기회를 잡지 못했구요.

분위기를 와장창 깨버린 것은 바로 박지성의 골. 경기 내내 클리쉬가 불안불안하다 했습니다. 나니의 드리블에 맥을 못추더니, 패널티박스 우측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박지성이 감각적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슈제츠니가 막을 수 없는 골문 구석으로 볼이 빨려들어갔습니다. 이 골로 맨유는 1-0 승리를 거두며 리그 선두를 탈환했습니다. 게다가 한 경기를 덜 한 상태인데도요.



▲ Skysports 메인을 장식한 박지성

박지성, 너무 무서웠다
사실 팬으로서 무언가를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팬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평가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아무래도 애정이 섞이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오늘 경기, 아스날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맨유의 박지성을 바라보니 너무도 무서운겁니다. 박지성을 마킹한 라이트백 사냐가 어느정도 무난하게 해주기는 했지만, 박지성은 경기장 전체를 종횡무진하며 경기분위기를 맨유가 쥐고 있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에브라와도 끈끈한 호흡을 보여주었고, 아스날이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려 할 때마다 패스를 끊어버리며 아스날의 흐름을 차단했습니다. 볼을 빼앗으려는 집념도 아스날 선수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전반 41분 골로 1-0 앞서가나게 된 이후 맨유는 좀 더 수비가 안정적인 모습으로 경기에 나섰습니다. 역습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루니, 박지성, 나니를 제외하고는 무리해서 올라오려고 하지 않았죠. 박지성은 매우 볼을 잘 간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아스날 공격시 맨유가 수비를 하는 상황에서도 맨유의 파울을 얻어내며 맨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아스날에 '박지성' 같은 선수가 있었다면…
경기 스코어는 1-0으로 끝났지만 아스날의 총체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경기가 후반으로 진행되며 박지성의 결승골이 확실시 되어가고 있을때, 문득 '박지성이 아스날선수였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기장 전체를 누비며 공수에 있어서 모든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항상 열심히 투지있게 뛰는 선수.

2010/12/14 - [풋볼리포트/아스날코리아] - 벵거감독-박지성은 융베리 같은 선수이다

오늘 아스날전에서 박지성선수가 보여준 모습은 어쩌면 현재의 아스날이 가장 필요한 선수의 모습이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경기 전 벵거감독이 이례적으로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은 융베리와 같은 선수다' 라며 칭찬을 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경기를 예상했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박지성선수가 맨유소속이 아닌 아스날소속이였다면, 오늘 경기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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